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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 Music : 연쇄살인마 Charli XCX, 또하나의 자작극을 펼치다.

by 이승원|

cover image of Charli XCX ‘Rock Music’
Charli XCX ‘Rock Music’Atlantic

“I think the dance floor is dead, So now we're making rock music.”
‘Rock Music’ 中

Charli XCX가 별안간 댄스플로어의 사망을 선언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21세기 가장 중요한 앨범 중 하나인 <BRAT>을 발표하며 범지구적 댄스플로어 열풍을 일으켰던 그녀인 만큼 해당 발언은 삽시간에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변화를 환영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으나, 그에 못지않은 비판 또한 쏟아져 내렸다. 일례로, 현 시대 하우스를 대표하는 디바 중 하나인 Rochelle Jordan은 Charli XCX의 해당 발언에 대해 “‘우리’가 그렇게 얘기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다.”라며 댄스플로어 수호의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댄스플로어 일부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그녀가 이루고자 한 목적은 대체 무엇인가.

물론 이러한 파격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이전에도 본인이 몸담아왔던 장르/작품의 사망을 심심찮게 선언하곤 했다. 메인스트림 팝의 문법을 노골적으로 따르며 하이퍼팝의 사망을 선언한 <CRASH>의 경우는 대표적이며, 하이퍼팝 시대를 상징하는 믹스테이프 <Pop 2>의 타이틀 선정 역시 기존 팝 문법 체계에 대한 침공 선언이나 다름 없었다. 얼추 이번만 세 번째 살(殺)-장르인 셈. 물론 초기작 <SUCKER>에 대한 아티스트 본인의 비선호나 본인의 이전 앨범 커버를 모조리 타이포그래피 스타일로 변경해버린 <BRAT> 때의 소동처럼, 음악적 변화의 과시나 이전 이미지 탈피를 위한 극단적 저항 방식의 일종으로 이러한 발언을 택했을 수도 있다. 단순히 접근하자면, 그저 앨범 발매 홍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일부로 볼 수도 있고 말이다. (심지어 현재로선 이 접근이 가장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설령 그 의도에 악의가 없다 하더라도, 아티스트 개인이 멋대로 장르 자체의 사망을 선언하는 것은 매우 오만하고 무례한 일이다. 댄스플로어는 여전히 건재하며, 그녀 본인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저 앨범 홍보나 음악적 변화의 강조를 위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이러한 방식을 택했을 뿐이다. 허나 그녀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이 오만한 퍼포먼스의 불편함을 본 작품의 위력으로 돌파해내곤 했다. <Pop 2>가 보여주었던 세계는 실제로 충분히 ‘팝의 두번째 페이즈’라 칭할 만큼 놀라운 것이었고, 하마터면 헛스윙이 될 뻔했던 <BRAT> 시기의 앨범 커버 변경 소동 역시 작품의 거대한 히트로 쉬이 일단락됐다. (실제로 그녀는 해당 사태에 대해 여성 대상화에 대한 저항이라고 해명했지만, 현 시점에서 <BRAT>의 미니멀한 앨범 커버를 여성주의 맥락에서 해석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저항의 의도를 실현했다기보다는 거대한 상업적 성공이 그녀의 저항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냉정하게 말해,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꼴이라 설명하여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나마 상반된 평가를 받았던 <CRASH>의 경우 또한 해당 작품이 <BRAT> 이전 그녀의 (상업적) 최대 히트작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마냥 실패라 보기도 어려울 노릇이다.

이처럼 본인이 몸담았던 장르, 본인의 과거 작품들을 여러 번 사살하고 이를 끝끝내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던 그녀의 화려한 전적과 달리, 그녀의 이번 변화 ‘Rock Music’은 일견 감탄보다 당황이 앞선다. 우선 본 곡은 댄스플로어가 죽었다는 선언이 무색할 만큼 댄스친화적이다. 굳이 장르적 영역으로 구분지어 보자면 본 곡은 2000년대 말 Klaxons나 Yeah Yeah Yeahs 등을 위시로 성행했던 뉴 레이브(New Rave/Neu-Rave) 스타일에 매우 가까우며, 이는 역사적으로 얼터너티브 댄스 내지는 댄스 펑크 장르에 그 뿌리를 둔다. 그 구체적인 순위는 견해에 따라 다르겠으나, 본 장르가 록의 범주 내에서 가장 댄서블한 축에 속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Rock Music’은 록 음악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Porter Robinson의 ‘Cheerleader’가 록 음악이라 주장하는 것보다 아주 살짝 그럴 듯하고, <Sound of Silver>(LCD Soundsystem/2007)가 록 음반이라 주장하는 것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댄스플로어의 사망을 말하는 곡이 여전히 그 근처에 머물고 있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나는 찰리 본인이 이러한 지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본 곡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역설적 농담이라는 해석이 더욱 매력적인 가설이다. 허나 여기서 발아하는 또다른 문제는, 본 곡이 농담치곤 그리 웃기지 않다는 사실이다. <BRAT>으로 대중적 성공을 거둔 본인에 대한 성찰적 풍자? 혹은 전인적 신뢰를 잃어가는 현 세태에 대한 상징적 냉소? 어떤 목적이 됐든 그 본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곡 내용 이상의 설명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유머의 실패를 의미한다.

맥락적 가치를 상실한 곡에게 남은 건 음향적 성취뿐이지만, ‘Rock Music’은 해당 관점에서조차 그닥 흥미롭지 않다. 이미 여러 번 다뤄진 바 있는 인디 슬리즈 시기의 정서를 포함하는 본 곡은 도전적인 기타 돌출과 보컬 사용의 재치를 통해 꽤 흥미로운 포인트를 주기도 하지만 보통 우리가 Charli XCX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수준엔 영 미치지 못한다. 같은 시기 미학을 공유하는 근래 타 작품과 비교한다 하여도, 폭발력 측면에선 최근 Slayyyter의 손을, 보편적 전달력과 구성미 측면에선 The Hellp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나아가 유머러스한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베이스-드럼 구성과 가사 작법을 의도적으로 단순화한 곡은 보편적인 세련미에서 불가피하게 벗어나며, 그 반대편인 야성에도 닿지 못한다.

데뷔 이후 언제나 의심보다 월등히 큰 기대를 걸게 만들었던 그녀의 행보에 처음으로 의구심이 앞선다. ‘Rock Music’으로 행하는 그녀의 올해 첫 걸음은 언뜻 의연해 보이면서도 그 속의 위태로움을 쉬이 숨기지 못한다. 물론 그녀가 당장 내일 올해 최고의 곡을 뽑아낸다 하여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 허나 그녀의 자작극이 들통난 지금, 반전을 위해선 훨씬 더 강력한 내러티브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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