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7월 결성된 도쿄발(發) 시티 록 밴드 세븐스 베가(セブンス・ベガ, 7thVega)는 프런트 시부야 칸나(シブヤカンナ)를 중심으로 기타의 스코티시 폴드(サコティッシュフォールド), 베이스의 소라(ソラ), 드럼의 하이브리드 마이마이(ハイブリッドマイマイ)로 이루어진 신진 걸 밴드다. 시모키타자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그룹임에도 근래 시모키타자와에서 눈길을 끄는 이모나 하드코어 펑크보다 팝 록을 기반으로 시티 팝을 곁들인 음악을 선보인다. SNS를 통해 결성된 밴드가 출발부터 메이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세븐스 베가가 맞이하는 두 번째 여름은 낭만으로 가득하다. 파라디소(Paradiso)는 파라다이스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보다 이국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다.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 이후 시티 팝 아티스트 미나미 요시타카(南佳孝)의 곡 제목으로 쓰인 적이 있으며 여름을 대표하는 그룹 TUBE 또한 관련된 노래를 발매한 적이 있다. 비교적 근래에는 2019년 Magic, Drums & Love라는 밴드가 ‘恋はパラディソ’(사랑은 파라디소)라는 시티 팝 계열의 여름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을 정도로 파라디소는 곧 80년대 여름을 소환하는 마법이다.
노래는 앞서 언급한 TUBE를 떠올리게 한다. 캔이 ‘내 생에 봄날은’이라는 이름으로 번안했던 ‘ガラスのメモリーズ’(유리의 추억)이나 NewJeans의 하니가 커버하기도 했던 ‘シーズン・イン・ザ・サン’(Season in the sun)을 닮았다. 팝적인 밴드 사운드 위로 살짝 보이시한 목소리의 시부야 칸나, 해변가를 무대로 남녀 간의 사랑을 그리는 뮤직비디오는 확신의 여름 노래를 만들어낸다. 아련한 도입부와 후주의 ‘술 냄새 나는’ 기타 리프가 각각 아지랑이와 여름의 뜨거움을 묘사한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보컬이 앞으로 나오는 곡인 만큼 도입부의 가성에서 진성으로의 어색한 전환이 조금 밟힌다. 하지만 핵심은 브리지에서부터 코러스로 이어지는 시원한 가창, 기타 연주 사이로 살랑살랑 부는 ‘랄랄라 랄랄라 Take out’이다. 한껏 고조된 감흥 앞에선 ‘더 좋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파도와 같이 스러진다.
다가오는 11월 첫 단독 라이브를 앞둔 이 밴드의 빠른 성장 속도에는 이유가 있다. 코레사와(コレサワ)나 kojikoji 식 인디 팝 ‘きらきら’(반짝반짝)에서 1년 만에 메이저 밴드 사운드를 갖춘 세븐스 베가. 80년대 해안가로 여행을 떠난 이들의 이번 목적지 ‘너와 Paradiso’에서 차가운 밤바람이 기분 좋게 얼굴을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