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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없는 시간 탐험, 문없는집 <MIRAE COMPLEX>

by 정기엽|

“미래의 이야기가 쓰이는 방식이란 현재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사회적 언어와 조건들에 의해 한정될 것이다. 미래를 상상하는 우리 자신의 머리를 지배하는 것은 현재 세계의 조건들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미래의 이야기를 그려낸다기보다는 현재 주어진 고정관념들을 변주하여 가짜 미래의 그림을 그려낼 뿐이다.”
백상현, [고독의 매뉴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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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없는집 <MIRAE COMPLEX Pt. 1>Dorly’s House

모든 미래는 결국 예측이다. 과거의 경험과 막연한 희망사항이 출처이며, 상상에 국한된다. 2020년대 이후를 그린 SF 영화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문없는집의 <MIRAE COMPLEX>는 음반을 두 갈래로 구분하면서 이러한 흐름의 한계를 인식한다.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음악은 바스라질 듯한 과거의 흔적을 눌러담은 작품을 통해서. 우리를 공상으로 인도할 타임머신의 연료는 지나온 시간이다.

역재생 속에서 수많은 말끝이 스치는 ‘ruqot’을 시작으로, ‘2077’과 ‘아네모이아 풍경관광’을 잇는 기계 오류 소리 그리고 여름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매미 소리를 직관적으로 담은 ‘~Cicadas~’ 등 청각적 효과를 사용해 시간 여행을 탁월히 묘사한 파트 1은 이들이 창조한 세계선으로 몰입하는 도구다.2077년과 2000년을 동시에 교차하는 선율에 무게감을 느끼더라도, 그것을 어렵게 풀지 않은 점은 본작의 장점이다.

“모두 사라질 거라는 예감” 에서 출발했지만 리듬은 쾌(快)의 궤를 훑는 ‘Party party party!’가 앞서 언급한 좋은 점을 도입부터 보여준다. 제목을 반복하는 쉬운 후렴구, 배경을 청각적으로 다듬은 건반 두드림, 흥을 덧대는 베이스 그리고 음절을 가득 눌러 담는 등의 변주는 노랫말과 상충하며 오묘한 감정을 남긴다. 이 흔적이 <MIRAE COMPLEX> 전체를 주행하는 동안 지속되는 줄타기다.

훌륭한 스토리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전달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컬 손효진의 가창은 이 세계관 사이 청자를 운반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타륜이다. ‘우리들의 과거는 철거되었지만’은 보컬이 훌륭히 기능한 예라 할 수 있는데, 김윤아의 힘을 지닌 채 김뜻돌 같은 순수함을 목소리에 담았달까. 뻗어가는 음계에 응축된 쓸쓸함이, 그러나 마냥 슬프지는 않은 그것이 6분을 훌쩍 넘는 곡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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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없는집 <MIRAE COMPLEX Pt. 2>Dorly’s House

작금을 대혐오의 시대라고들 부르고,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과거를 그리워하게 됐다. <무한도전>을 위시한 오래된 예능 프로그램이 유튜브를 선도한 적이 있으며, “2026 is the new 2016”이라며 2016년을 다시 꺼내는 밈이 생기기도 했다. 아직은 가까스로 낭만이 생존하던 시기를 그리워하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배경에서 파트 2는 출발한다. 첫 트랙 ‘공격자’ 후반의 나레이션은 마치 약관을 채 읽지 않은 채 동의를 누르는 모습 같이 표현된다. 주요한 위험성이 내포된 부분은 빠르게 건너뛰고, 망각에 다다른다.

인상적인 도입 이후 ‘베이비’는 과하게 빠르게 퍼지는 혐오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그린다. “아이처럼 이유 없이 안아줘”. 사랑을 품자는 노랫말은 차고 넘치지만, <MIRAE COMPLEX>의 세계관 안에서, 울부짖는 효과음을 업고서 ‘베이비’만의 고유한 시점을 공유한다. 어른이 채 되지 못한 수많은 아이들에게 말이다.

다음 트랙인 ‘망각, 망연, 환각, 환생’에서 문학적인 표현 속에 화자는 무너진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속 타노스가 손가락 한 번 튕기는 데 영웅이 굴복하는 것처럼, 덧없이. 그리고 그 다음 ‘Fix It’에서 보란 듯 다시 일어나 같은 메시지로 연설한다. “더 늦기 전에 – 더 상하기 전에, 피곤한 구별은 하지 말” 자고, 후반에 뒤틀린 코러스로 묘사한 디스토피아도, 혐오의 숙주와 전쟁을 펼치는 듯한 곡 배치도 SF적이다.

뒤이어 오는 ‘조각들’, ‘내리는 시간’, ‘내가 바라던 미래’ 모두 문학적인 가사를 공유한다. 듣기 편안한 멜로디와 함께. ‘내가 바라던 미래’ 같은 곡을 살피면 보컬의 표현력 뿐 아니라 악기 배치에 쓰인 세심함이 돋보인다. 앞서 상대로 겨냥한 ‘베이비’가 어딘가에선 나였을 테다. 그에게 귀를 기울이며 퍼지는 신디사이저와 관악기, 그를 안아주면서 길게 지속되는 연주가 감정을 증폭시킨다. 끝에 다다라 반복되는 구절을 포함해 한 곡의 모든 구간이 명장면이다.

“음악속에서 세 가지 원소를 발견한다. 힘과 약함과 고통”
아담 자가예프스키, [자화상] 중에서

동화를 읽어주다 눈물을 훔치는 부모처럼, 청아한 목소리에 더불어 청명한 리듬을 주조한 음악 사이에 눈시울을 붉히기 충분하다. 좋은 작품은 간접 경험으로도 삶에 나이테를 남긴다. 이 이야기를 다 훑고 ‘새로운 마음’을 들을 때 피어나는 세탁되는 마음처럼. 한 시간을 경청하고 나면 ‘미래에 Pt. 1’에서 문없는집이 남긴 “살지 않은 곳들을 왜 그리워할까?” 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게 된다. 살아가기 위해서다.

최근 떠오르는 인터넷 문화에서 비롯된 정취를 음악계에서 각기 다르게 포장하고 있다. 리듬 게임으로 에스테틱을 체취한 아지카진 매직월드, RPG 게임의 심상을 캐치한 안마루처럼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문없는집은 이번 <MIRAE COMPLEX>로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한 시간, 그 관념을 하나의 캐릭터로 빚어냈으며, 그 재료로 음악을 적재적소에 끌어 가져왔다. 화려한 무대 장치 사이에서 열연을 펼치는 연주자들이 다회차 관람을 유도한다. <MIRAE COMPLEX>는 두 가지 파트 모두 뜨거운 조명을 내리쬐고, 그들이 쏟은 땀방울을 사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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