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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 Pins <Mod Mayday 23>

by 권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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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 Pins <Mod Mayday 23>perennial

근대와 현대, 20세기와 21세기의 극명한 차이는 미래에 대한 관점에 나타나는 듯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과 세상을 저버리는 사람들의 태도에는 개인 서가 사치품으로 전락한 철학자들의 비관이 뒤따른다. 긍정성이나 데이터, 권력과 개인주의의 정도는 범람을 넘어 팽배에 이르고, 우리는 힘없이 관조하거나 미래 대신 과거를 갈망한다. 그런 와중 창작자에게 남은 선택이란 많지 않다. 어쨌거나 만들어야만 하는 이들에게 동시대성이나 전위를 확보하려는 욕구가 희미해지면, 그들은 이제 어느 시대로 돌아갈지 궁리할 뿐이다. 그리고 21세기 출생 아티스트가 팝 역사의 겨우 서막에 불과할 1960년대를 지목하는 일은 제법 독특하다.

대중음악에게 60년대는 서막인 동시에 극점이기도 하다. 비치 보이스, 롤링 스톤즈, 프랭크 자파… 대중음악의 어떤 경향을 논하기 위해 60년대는 필연적으로 경유해야 하는 원류의 기질이 있다. 때문에 너무 지겹고 싱거워 보이기까지 하는, 리스너에게 종종 유물 취급을 받기도 하는 시기지만, 그런 이유로 현대에 불러내어졌을 때 생경한 느낌을 동반하게도 되었다. 신시사이저조차 활용하지 않던 시대의 로큰롤이 구현하는 정서는 ‘하이퍼’를 운운하는 2020년대에는 너무 낯선 것이 되었으니까. 샤프 핀스(A.K.A 카이 슬레이터)는 2004년에 태어난 주제(?)에 낡은 정서로 점철한 음반을 통해 기반을 다진 아티스트다. 어딘가 도노반의 <Sunshine Superman> 자켓이나, 굳이 특정할 것 없이 수많은 사이키델릭 성향의 음반 커버를 연상시키는 전작 <Balloon Balloon Balloon>이 60년대 후반을 묘사하는 데에 가까웠다면 <Mod Mayday 23>은 60년대 초반의 기운을 닮았다. 2023년 부근 녹음되어 실상 초기 작업물에 해당하는 이 앨범에서 당시 10대였던 그는 자신의 음악적 지형과 60년대 간 접점을 가감 없이 내보인다. ‘Mod’라는 옛 스타일을 가리키는 용어로 비틀즈에 대한 영향과 애정을 감추지 않고, ‘Balloon 3’나 그가 몸담고 있는 밴드 Lifegaurd(라이프가드)가 보여준 급진적 노이즈의 자취 대신 저음질의 로큰롤로 많은 곡을 구성했다.

샤프 핀스가 저음질을 활용하는 법은 감상주의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클라우드랩과 같이 로파이를 추구한 장르는 대체적으로 노스탤지악한 질감 자체에 관심이 있는가 하면 샤프 핀스의 로파이는 과거의 음악을 재현하려는 시도다. 수준이 꽤 과격하여 ‘Friday Night’와 같은 트랙은 60년쯤 차고에 틀어박혀 있던 부틀렉처럼 들린다. 가사를 듣고자 하는 노력이 무모하다. 이런 태도에 대해 그는 다소 정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한 인터뷰₁에서 말하기를 밴드캠프에 이민세관단속국(ICE)를 비판하는 곡을 공개하는가 하면 <Radio DDR> 초판 수익을 팔레스타인 어린이 구호 기금에 기부했다. 다양성이나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애정, 아날로그를 신뢰하는 마음은 그가 60년대를 단순히 ‘황금시대’ 취급하는 것이 아닌 당대 이데올로기에 대한 공감 또한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특유의 투박함에 대해 “젊은 사람들을 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거의 마지막 수단”₂이라며 예술에게 불완전성이 덕목이라고 추켜세우는 카이 슬레이터는 결정적으로 “자본주의적 시간”이라는 개념을 명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₃ “자본주의적 시간 틀 밖에서 존재하는 셈입니다. 저는 자본주의적 시간이라는 개념이 항상 강력하다고 생각했어요. 인디 음악을 만들 때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우회하는 거죠. ‘음악을 언제 발매해야 하지? 언제쯤…’ 같은 생각은 하지 않으니까요. 그냥 하는 겁니다.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은 아니죠. 그보다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어떤 목적을 실현하기 위함입니다.”₄ 다시 말해 그는 DIY 음악의 성질, 히피즘과 펑크족이 만연했던 시절을 환기하는 일이 단순히 음률적 퍼즐을 창안하는 일이 아닌 정치적 행위라고 간주한다.

그러자 흥미로운 것은 그의 개인 작업물이 시간을 거치면서 점점 60년대를 충실히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인상이다. 음반의 외형이나 노래 제목, 사운드까지. 60년대를 중심으로 70, 80, 90 등 여러 과거를 들러오던 음악은 돌연 10대 시절 데모 테이프의 부활과 함께 진정 60년대의 것과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 역행은 동시대성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 더 많은 것과 더 나은 것을 광적으로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시간’을 거스른다. 평화라는 슬로건과 대중음악의 초안이 공존하던 시절로의 시간 여행. 그런데 그의 정치 음악적 퍼포먼스도 여기서 그칠 것이다. 우리는 그에게 조금 더 정치적인 태도로 질문을 퍼부을 수도 있다. 그래서 60년대가 현대보다 낫기라도 하단 건지, 과거에나 진보였던 행위가 현대에도 기능할 수나 있는지. 그런데 그에게 이런 질문은 방해공작일 뿐이다. 미리 말하듯 그가 음악이 사람들에 가닿거나 그저 존재하기 위해 벌이는 투쟁 없는 연대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은 무적이다. 그에게 소통이란 그저 습관이고 그저 그가 좋아하는 일이다. 애쓸 필요가 없는 윤리. 어쨌건 사람들도 비틀즈의 제일 구린 앨범으로 <Beatles For Sale>을 뽑는다는 건 조금 재밌는 이야기다.₅

참조:

1. https://www.thelineofbestfit.com/features/interviews/kai-slater-has-become-unignorable
2. https://visla.kr/interview/311223/
3. https://demomagazine.ca/2025/05/06/an-interview-with-kai-slater-sharp-pins-lifeguard/
4. At the basis of it, you’re existing outside of the capitalist time frame. Capitalist time is a concept I’ve always thought is powerful. When you’re making independent music, you’re bypassing the capitalist market because you’re disregarding: “When should I put this out? Like when should I get…” You’re just doing it. It’s not the way to make money, which is obvious. It’s for other reasons, it’s to reach people and to have a purpose.
5. 볼드체는 필자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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