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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의 무기를 두른 ARTMS의 <Hyper-Ego>

by 이한수|

cover image of ARTMS <Hyper-Ego>
ARTMS <Hyper-Ego>MODHAUS

2024년 <ASSEMBLE24>와 <Dall> 이후 모드하우스의 작업물이 날카로움을 다소 잃어버렸다는 인상을 받았다. ‘Generation’, ‘Cherry Talk’, ‘Virtual Angel’ 등 인터넷 문화에 기반한 에스테틱을 선보이며 케이팝의 중력에서 조금 거리를 둔 채 재미있는 움직임을 보여줘 왔던 기획사가 에너지를 소진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Hyper-Ego>는 이러한 우려를 잠시 접어두게 만든다.

제목(<Hyper-Ego>)과 트랙리스트에 오른 이름(‘Hyper Crush’)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 근래 유행 중인 하이퍼팝 사운드다. '이제 와서 하이퍼팝'일지도 모른다. “하이퍼팝은 죽었다”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는 한편, 온갖 하이퍼-뭐시기가 멈출 줄 모르고 증식하고 있지 않나. 그러는 동안 이 장르의 지력은 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ARTMS에겐 자격이 있다. 이를 단순한 유행 편승이 아니라 기존 정체성의 확장으로 들리게 할 만한 맥락을 품고 있다. 멤버들은 이달의소녀 시절부터 강조해 온 마이너리티 포지션, 디지털 문화에 기초한 그룹 아이덴티티, 작년 언더시티 성수에서 개최한 <Club Icarus in Seoul> 등. 전부터 이 씬과 접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본작의 ‘하이퍼’스러움은 인더스트리얼 질감의 베이스와 디지코어 스타일의 지저분한 사운드메이킹, 그리고 하드코어 장르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앨범에 힙합/랩을 끌어들인 이유도 디지코어 특유의 질감과 태도를 전면화하기 위함일 테다. 그러나 ‘Born Stunner’의 통상적인 케이팝식 랩 디자인이 앨범의 주된 사운드와 불일치하고, 특히 ‘Icarus Gang’에서는 멤버들이 낮은 톤을 연출하는 데 급급한 인상을 주며 결과적으로 아이돌 랩의 한계에 갇히고 만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과잉된 감각만큼은 살아있다. 하슬의 저음에서 진솔의 고음으로 전환하는 인트로는 앨범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암시하고, “I Said Ok Ok Ok Ok”“Trauma Trauma” 가 주는 섬뜩함은 ‘Birth’에 견줄 만하다. UK 하드코어와 해피 하드코어의 속도감과 전개를 가져온 ‘Pixel Memory’와 J-Core를 직접 언급한 ‘Blue Blood’ 앞에선 밈 위주로 소비되는 근래의 ‘테크노 붐’이 가벼워 보인다. 전체적인 인상 말고도 서로 다른 ‘Stunner’ 발음과 ‘Pixel Memory’ 말미의 보컬 효과음 등 디테일도 생생하다. 제목 그대로 ‘하이퍼 자아’다.

힙합 장르의 소화력에는 분명 물음표가 생기고 멤버의 건강 문제로 인한 4인 체제 역시 흔들림을 남긴다. 그럼에도 세로형 화면비의 뮤직비디오, 닷컴 시절 UI와 글리치를 총동원해 ‘Virtual Angel’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시각적 세계관, 하드코어 장르의 차용은 모드하우스와 ARTMS가 여전히 세련된 집단임을 긍정하게 한다. 처음 ARTMS에게 느꼈던 최선단의 날카로움이 <Hyper-Ego>의 깨진 픽셀을 통해 생기를 되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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