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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이 만든 차이점, 레이빈 르네(Ravyn Lenae) <Blue Island>

by 정기엽|

cover image of Ravyn Lenae <Blue Island>
Ravyn Lenae <Blue Island>Atlantic Records

장르로 분류될 법한 구체적 특징 몇 가지가 ‘블랙 뮤직’이라는 명명 속에 있지만, 주로 구사하는 뮤지션 다수가 흑인이라는 점 때문에 간혹 그것은 분류를 넘어 족쇄가 된다. 진지한 인상을 쓰고 있는 초상이 나오면 컨셔스 랩을 뱉어야 할 것만 같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으면 짙은 소울의 목소리로 안아줄 것 같은. 물론 대중을 상대로 하는 예술이란 이러한 편견을 먹고 몸집을 불리기 마련이다. 정석적인 R&B, 정석적인 재즈 같은 틀이 그 성장 속에 탄생한다. 무릇 장르를 논할 때면 전형적인 캐릭터가 떠오르지 않던가.

레이빈 르네(Ravyn Lenae)의 세 번째 정규작 <Blue Island>는 보컬만 들으면 R&B 싱어의 앨범이지만 프로덕션에서, 그러니까 연주의 영역에서 이것저것 먹고 자란 잡식의 뱃고리가 보인다. 초반부 반전을 선사한 주역은 ‘Potential’으로, 목소리와 선율의 섬세함에서 출발해 어떤 해일이 닥쳐도 그 평온을 유지하는 양상이 흥미롭다. 저지클럽 비트로 변주되고 뒤틀린 신디사이저가 비틀거려도 코러스와 기저의 건반 노트는 평온을 놓지 않고 조응한다. 날뛰는 비트 속에서도 보컬이 중심에 선 마지막 트랙 ‘Let Us In’은 비슷한 양상 사이 차별점을 모색한 티가 난다. 이렇듯 편견에 반전을 줄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수확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켄드릭 라마 ‘Money Trees’, ‘LOYALTY.’, 드레이크 ‘Worst Behavior’ 등 힙합에 집중했던 DJ Dahi의 프로듀싱 속에 탄생한 본작은 특정 장르의 전형이라기엔 재료가 무척 많은 게 매력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딩에 쓰일 법한 따스한 구절들을 격동하는 비트, 공백이 느껴지는 결 속에 담은 ‘Wish You Well’이 그렇다. ‘Bobby’ 또한 “Bobby” 를 부르기 전에 “Bo-bo-bob” 하는 샘플과 코러스와 같이 침투하는 소리가 살린 디테일이 기품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70, 80년대 향취를 담은 작품 속에서 2010년대, 현대까지도 당겨지는 소재가 포착될 때의 즐거움이 있다.

블랙핑크 제니의 작년 솔로 <Ruby>에 참여한 도미닉 파이크, 도이치가 <Blue Island>에도 이름을 올렸다. ‘3 Nights’, ‘Babydoll’ 등으로 각인한 도미닉 파이크의 싱잉 랩, 거친 질주 감각을 선사하는 도이치의 랩처럼 그들의 기대치를 그대로 수용했던 <Ruby>와는 다르게 그들을 사용했다. 드럼 없이 기타를 중심으로 한 팝 포크 ‘Reputation’과 두꺼운 베이스 리듬과 달리 가벼운 분위기로 흐르는 ‘Babygirl’ 속 도이치의 부드러운 랩은 단면적으로는 볼 수 없던 그들의 이면. 특히 ‘Reputation’을 두고, 반드시 그 합치가 완벽하진 않았더라도 소스의 다각화가 장점인 환경에서 이런 시도는 의미 있는 장면이었으리라.

마찬가지로 DJ Dahi의 프로듀싱 속에 탄생한 전작 <Bird’s Eye>에 비해 귀를 잡아끄는 재치는 덜하다. 차일디시 감비노와 함께한 ‘One Wish’, 타이 달라 사인과의 ‘Dream Girl’ 그리고 틱톡에 힘입어 빌보드 5위에 오른 ‘Love Me Not’ 등 쟁쟁한 트랙이 많으니. 하지만 더 넓은 범위의 탐색을 도모한 끝에 연속된 협업에는 명분을, 가창에는 더 넓은 영토를 탐방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심었다. 그 나침반을 쥐는 과정을 듣기 어렵지 않은 음표 속에 담았다. 능숙한 항해사 같은 면모다. 반향을 일으키진 못해도, 방향을 잡고 멀미 없이 물살을 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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