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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밍타이거 <Gongbu> - 치기 어린 시절 이후에도 공부는 계속된다.

by 정기엽|

cover image of Balming Tiger <Gongbu>
Balming Tiger <Gongbu>Balming Tiger, CAM

얼터너티브 K팝을 슬로건 삼던 바밍타이거가 밴드 형식미를 갖춘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단위 작품 <January Never Dies>, <Greatest Hits>에도 록의 기조는 첨부되어 왔지만, 이렇게 연주의 쾌를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처음이다. 시동이 걸린 변화에 맞추어 포지션도 바뀌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지닌 오메가사피엔의 비중이 줄고, bj원진 그리고 소금의 파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힙합 기반 위에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밴드에 가까운 콘셉트 앨범을 기획하게 되었으니 어쩌면 필연적인 전환이다.

이런 변모의 힌트는 활동 연혁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24년부터 밴드셋으로 진행되어 온 단독 콘서트들과 국내외 록 페스티벌 출연, 지난해 발표한 두 싱글 ‘Wash Away’와 ‘나란히 나란히’가 그것. 특히 작년에 발표한 곡들은 각각 밴드 사운드와 동양적인 멋을 핵심으로 두며 자연스럽게 이번 행보의 힌트가 됐다. <Gongbu>는 앞서 캐주얼하게 표현됐던 두 맥락을 합쳐 좀 더 무게감 있게 다듬은 결과물이다.

여러 음악적 맥락을 모두 수용해 뒤섞은 K팝의 미학을 남다르게 표현한 앨범이 <January Never Dies>였다면, 본작은 K에 초점이 더 쏠렸다.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할 매개로 선택한 질감은 그룹사운드. 1970년대에는 불온한 것으로 간주되어 탄압받던 그것, 2020년대까지 여전히 청년층의 뜨거운 사랑을 얻고 있는 그것으로.

많은 트랙이 국내 록이 들끓던 고고장부터 공연장까지 폭넓게 현상해낸 질감에, 앨범 아트마저도 여러 매체를 통해 일본 명반 1위에 선정되었던 핫피엔도의 <風街ろまん(Kazemichi Roman)(1971)>이 떠오르는 만큼, 콘셉트가 명확하다. 영어권에서 출발한 록의 원류를 따라가기만 급급하던 시기에 언어부터 일본 생활권의 것으로 바꿨던 그들처럼 바밍타이거 역시 태생적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는 탐험을 본작을 통해 선보인다. 발매에 임박해 선공개한 ‘집으로’가 대표적인 예시로, 전체가 한국어로 채워진 가사에 다채로운 색을 담았다는 점이 닮았다. 음악 외적으로도 그렇다. 뮤직비디오가 사라져가는 전통 혼례 풍습인 함진아비를 표현하고, 싱글의 커버가 국내 현대 건축의 1세대인 김중업의 작업을 담은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선발매된 ‘고진감래’도 ‘집으로’와 더불어 국내 음악을 조명할 때 빠질 수 없는 한(恨)의 정서를 잘 표현해냈다. 특히 소금의 퍼포먼스가 훌륭한 전달책인데, 주로 R&B 솔로로 인지할 그가 여기서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 속 “여자”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다 건질 수 없는 슬픔” 을 토로하는 그의 목소리가 과거 실존 인물처럼 생생하다. 민요에 가까운 가창을 복각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시사이저로 다듬은 장난스러운 소리들과 한 방향에 가닿는 메시지까지 합해져 채취된 한국 음악의 뿌리에 바밍타이거라는 이름표가 합당하게 붙을 수 있게 됐다.

멤버들의 뚜렷한 개성이 서로를 잡아먹지 않고, 시너지를 발휘하는 작용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퍼렐 윌리엄스의 그루브가 연상되는 ‘Oui’는 “쫀드기”, “번데기” 같은 키워드를 장난스럽게 인용하면서 오메가사피엔이 특유의 라이밍으로 리듬을 강화했고, bj원진의 독특한 창법과 그를 이어받은 머드 더 스튜던트의 조합 뒤 소금의 챈트가 잔향을 완성한 ‘잔잔’은 고요를 찾고자 사찰에 들어선 심경을 떠올리게 만든다. 드럼이 빚은 박진감 속에 뛰어들게 만드는 몰입감을 노랫말이 선사한다. 곡 자체가 반야심경을 외는 간절함을 응축한 듯이.

K의 징표는 본작의 초반과 후반에도 얼얼하리만큼 달라붙어 있다. 설운도의 대표곡 ‘다함께 차차차’ 이후 슬픔을 딛는 해학의 춤으로 자리 잡은 ‘차차차’를 오마주해 흥과 임팩트를 서두에 각인하고, 꺾이는 목소리와 거친 연주가 혼합된 ‘기억의 열차’로 닫는 모습은 70년대 그룹사운드인 김훈과 트리퍼스를 떠올리게 한다. 브라스 록에서 트로트까지 넓게 다룬 팀처럼 <Gongbu>에서의 이들 역시 한 곡에서도, 음반 전체에서도 다채로운 조미료를 서슴없이 뿌렸다.

이렇게 명확한 지향점 탓일까, 분위기 형성에 집중한 트랙 다수가 되려 청취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 음반을 구성할 때 적절한 환기는 응당 필요한 법이지만 ‘Stretching’, ‘Bird Song’, ‘마뎅야에호’, ‘Recruiting’ 같이 네 곡이나 환풍구를 설치할 정도로 무거운 음반은 아니다. 넓지 않은 방에 휑한 바람이 누적되면 쾌적한 온도와 멀어질 수밖에. 기승전결이 전부 화려했던 <January Never Dies>에 비해 본작이 불친절하게 여겨졌다면 이 이유일 공산이 크다.

후반부의 배치 또한 그렇다. 묵직한 ‘집으로’와 ‘Espero’ 사이 펑키한 댄스곡 ‘Keep On’이 오락가락하는 감상을 주는 데다 유일하게 모든 가창 멤버가 참여한 ‘Keep On’의 화합 바로 다음 bj원진이 지닌 심연의 감정이 엿보이는 ‘Espero’가 연속돼 충돌하는 양상을 빚는다. 차라리 가장 깊은 정서를 지닌 ‘Espero’ 다음을 ‘Keep On’이 봉합하고, ‘Recruiting’, ‘밤이에요’로 리듬의 명맥을 이었다면 더 올곧은 주행이 됐을 터.

“분리불안을 겪은 뒤 다시 깨닫지, 집에 돌아와 푸는 배낭”
‘집으로’ 중에서

본작을 곱씹어 볼수록 “공부”의 기록물로 보기는 어렵다. 차라리 머드 더 스튜던트, 오메가사피엔의 솔로작 <LAGEON>과 <Leader> 그리고 차후 발매될 개인 작품이 공부의 결과며, <Gongbu>는 외부에서 수련을 마친 뒤 다시 찾아온 “집”에 가깝다. 그들을 품은 좌표는 여전하더라도, 껍데기는 같아도, 지난 몇 년 새 개개인은 아주 다른 사람이 됐다. 술을 주제 삼은 3년 전 ‘Kamehameha’와 지금의 ‘밤이에요’를 놓고 보면 더더욱 두드러지는 점이다. 내일 없이 굴던 이들이 챙겨야 할 내일이 생겼으니까.

K팝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긍정적인 응원의 메시지다. 여전히 많은 곡들이 청자가 자신답게 살기를 바라며, 의지할 구석이 되기 위해 존재한다. ‘Trust Yourself’를 외치고, 섹시는 애티튜드에서 온다는 자신감을 설파하던 것처럼 바밍타이거의 음악도 같은 궤를 달렸다. 쾌락과 강단 있는 태도가 “비틀대는 세상” 을 만나 조금은 꺾였을 뿐. 그러나 결국은 버텨낸 긍정으로 “울면서 그댈 기도”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그들을 뒤섞고, 장르를 탈바꿈하더라도 바밍타이거는 여전히 K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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