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REVIEW

변화를 맞이하는 이야기, 타데쿠이의 <MOTHER>

by 이한수|

cover image of タデクイ <MOTHER>
タデクイ <MOTHER>ukigmo

형태가 없는 채로 / 形のないまま
배는 파도에 흔들리며 / 舟は波に揺れ
어딘가의 해안에 / どこかの岸へ
흘러 닿을 때까지 / 流れ着くまで
‘舟’ 中

타데쿠이(タデクイ)의 <MOTHER>는 형태가 없는 채로 시작해 형태가 바뀌며 끝나는 이야기다. 첫 번째 정규 앨범, 포문을 여는 트랙 ‘배’(舟)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배가 움직이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이 타의는 의도치 않은 외부의 개입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이 펼쳐지도록 스스로를 타의에 내던진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화자는 현재 주위의 모습에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는 풍경이 괴롭고 (苦しいね / いつまでも変わらない景色で) 끝이 오지 않아서 슬프다 (悲しいね / 終わりが来なくて). 이러한 감정의 토로 직후 등장하는 ‘형태의 부재’는 불만의 결정(結晶)이며, ‘배’ 역시 화자 스스로를 상징화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화자는 ‘형태’가 없는 배다.

이유 같은 건 묻지 말아 줘 / わけなど聞かないで
지금은 그저 / 今はただ
바다에 와 줘 / うみにきて
나를 불러줘 / わたしをよんで
파도를 쓰다듬고 / 波を撫で
그 형태가 / そのかたちが
지금 바뀌어 / いまかわる
지금 바뀌어 / いまかわる
‘海に来て’ 中

그리고 40분 정도가 지나 마지막 트랙에 도달했을 때 그 ‘형태’가 바뀐다. 여전히 형태가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알기 어려우나, 화자에게 결여된 무언가가 충족됐음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계기는 바다에 와서 화자를 호명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배가 파도에 몸을 맡겼던 것처럼, 화자는 능동적이라기보단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형태가 바뀌기 전까지도 스스로 움직여서 바꾸어내는 게 아니라 바다에 와 달라고, 나를 불러 달라고 한다.

어떻게 할까? / ねえどうしようか
지금까지 본 게 / これまで見たものは
죄다 불타서 / 何もが燃えて
사라져 버린다면 / 消えてしまったなら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 君はどうしたい?
등대의 저 불이 사라지면. / 灯台のあの火が消えたら。
뭐라고 대답해 줘! / 何か答えて!

지겨울 정도로 빛나는 등대의 불도 / 鬱陶しいほど輝いていた灯台の火も
어느샌가 사라졌어 / いつの間にか消えていた
슬슬 시간이 될 테니까 / そろそろ時間になるから
잊지 말아 줘 / 忘れないでね
당신을 아직 기억하고 있어 / あなたをまだ覚えてる
기억하고 있어 / 覚えてる
‘灯台 - Album Ver.’ 中

두 번째 트랙 ‘등대’(灯台)는 지겨운 등대의 불빛이 사라지면 어떻게 하고 싶냐고 대답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이후, 등대의 불빛이 어느새 사라졌다고 말한다. 1번 트랙 ‘배’와 마찬가지로 블랙 컨트리 뉴 로드(Black Country, New Road)나 캐롤라인(caroline)처럼 포스트록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장선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때, 등대는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는 풍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등대가 사라졌다는 서술은 배가 파도에 떠밀려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글레어 나를 찾아줘! / グレア僕を見つけて!

글레어 글레어 / グレア グレア
너는 순풍처럼 있어줘! / 君は追い風のようでいて!
‘グレア’ 中

본 앨범의 가사가 5번 트랙 ‘잠수’(潜水)를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키아즘(chiasm)적 구조를 띄고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라고 가정했을 때, ‘너’의 정체가 드러나는 건 7번 트랙인 ‘글레어’(グレア)다. 여전히 글레어의 정체를 알 수는 없다. 인명인지, 번개를 말하는 건지 (カミナリか落ちたのか?), 눈부신 무언가를 의미하는 건지는 불명이다. 그러나 화자는 글레어를 ‘너’라고 부르고 있고 ‘나를 찾아’달라고 말하고 있으며 ‘순풍처럼 있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순풍, 즉 배를 밀어주는 존재가 글레어다.

아아 나를 멀리까지 데려다줘! / あーあ 僕を遠くまで連れてって!
다음은 바람이 이끄는 대로 / あとは風まかせ
아직 외치고 싶은 것도 있겠지 / まだ叫びたいこともあるだろう
멀리 가자 아무것도 정하지 말고 / 遠くに行こう何も決めずに
‘やさしさ’ 中

초기 엘리펀트 카시마시(エレファントカシマシ) 스타일로 연속성을 띠는 트랙 ‘상냥함’(やさしさ; 동명이곡이 엘리펀트 카시마시 1집에 존재한다)에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자신을 멀리 데려가 달라는 바람, 그리고 그 이후는 바람 부는 대로 맡기겠다는 마음가짐. 따라서 본작은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는 풍경을 벗어나고 싶은 ‘배’가 ‘바람’을 맞아 ‘형태’가 변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정리해 볼 수 있다.

* * *

타데쿠이는 홋카이도의 항구마을 쿠시로(釧路) 시 아칸(阿寒) 호 온천 지역에서 나고 자란 세 사람 시모쿠라 칸토(下倉幹人), 히로노 다이치(廣野 大地), OMI가 모여서 만든 밴드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시모쿠라가 <아이누모시르>라는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기도 하고 ‘배’의 뮤직비디오를 쿠시로의 아이누 공예 협동조합 마을(아이누 코탄) 일대에서 촬영하기도 한 만큼 이들은 아이누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음악적 뿌리는 앞서 언급한 블랙 컨트리 뉴 로드와 엘리펀트 카시마시를 포함해 보사노바나 사이키델릭 팝 등이다. 밴드 이름인 타데쿠이도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다는 뜻의 일본 속담인 ‘여뀌 먹는 벌레도 좋아 좋아’(蓼食う虫も好き好き)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밴드 역시 아이누 정체성과 음악적 정체성을 선 긋고 있으며, 확실히 타데쿠이의 음악은 아이누 음악과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타데쿠이의 음악은 어딘가 홋카이도스럽다. 아케이드 파이어의 <Funeral>과 블랙 컨트리 뉴 로드의 <Ants From Up There>에서 유래한, 근래에는 caroline이나 Racing Mount Pleasant 등의 밴드 이름을 댈 수 있을 음악을 하고 있지만,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보컬이 겨울의 온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나 <이즈의 무희>처럼 터널로 구분되는 공간 안쪽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자연을 감각적으로 해석하려는 태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지도 모르겠다.

<MOTHER>의 가치가 발생하는 순간이 여기다. 단순히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게 아니라 BCNR의 흐름 안에서 정체성을 발휘하는 것, 아이누 정체성을 직접적인 텍스트 대신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그려내는 것, 일본 인디 씬의 얼터너티브화(化)의 조류에서 독립적인 소리를 내는 것, 눈의 고장에 바다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 약간의 시차가 느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별날 뿐만 아니라 필연성까지 갖추며 우리들의 평범한 풍경까지도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

overtonemusic@proton.me

© 2024 overtone. Designed by Dain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