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토끼 - 베타
관능과 순수는 구분되어야 하는가? 젊은 베드룸 팝 싱어송라이터 공토끼는 그녀의 가장 도전적인 EP <베타>를 통해 아찔한 도발적 상상과 순수한 소녀의 공상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차원적 해석을 거부하는 그녀의 수사적 태도와 갖가지 돌출이 연결되는 다층적 글리치팝 구성은 현실과 상상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들고, 그 틈에 가련히 누운 화자는 미소녀를 자처하며 일견 순수해 보이는, 또 일견 관능적인 인상으로 화면 너머 청자에게 싱긋 미소지어 보인다. <I Love U Jennifer B>(Jockstrap/2022)의 발칙한 신비로움과 <Glitch Princess>(yeule/2022)의 양가적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과연 그녀의 이름 세 글자에 무한한 기대를 동반하게 만든다.
기쿠하시 - 새로운 컴퓨터를 사는 기분
20세기의 종말 이후, 혹은 그 무렵 태어난 작금의 청년들은 각자의 유년시절을 컴퓨터라는 문명의 이기와 함께 했다. 그렇기에 현 세대 청년들에게 컴퓨터라는 오브제는 곧 과거의 추억이나 애수와 연결되며, 동시에 현재의 세계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2024년 <코인런드리 밴드연습>으로 데뷔를 알린 촉망받는 싱어송라이터 기쿠하시는, 컴퓨터라는 이토록 보편적인 제재를 경유하여 현 세대 청년들이 포괄적으로 감응할 만한 애수를 하나의 앨범 안에 응집해낸다. 장점으로 언급되던 특유의 청명한 멜로디 메이킹 능력은 본작에서 더욱 선명한 형태로 진화하였으며, 그 덕에 우리는 반복되는 작품의 노이즈 속에서도 한 다발의 뚜렷한 애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도언 - SLAPSTICK
첫 정규 앨범인 <Damage>가 이랑, 황소윤, 이민휘 등 씬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의 가창을 담아 완만한 경사로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그 어떤 피처링도 없다. 아무래도 대중음악에서 가장 익숙한 포맷이 노래인지라 목소리가 들리면 그에 집중될 수밖에. 전엔 초빙한 플레이어들의 문을 두드리는 ‘Portal’ 같이 연결고리 역할을 일임한 듯한 곡도 다수였다. ‘청명’, ‘모습을 바꾸는 요정들’처럼 훌륭한 독주가 참여진의 아성에 가려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허나 이번엔 옴(omm..), 낸시보이, 까데호의 김재호가 몇몇 트랙에서 연주를 덧대주었을 뿐 김도언의 손길이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선다. <SLAPSTICK>에서 유일하게 본인의 가창을 담은 ‘스톰’도 괴괴한 꿈 속 놀이공원 삐에로가 건네는 인삿말 같은 느낌이 가득하지, 이 노래를 부른 이가 누구인가가 포인트는 아니다. 성공적으로 이름을 지웠다. (정기엽/’데미지 없이도 끌어올린 타격감, 김도언 <SLAPSTICK>’ 中)
김심야 - 도그마
힙합 씬과 현실에 날을 세운 그의 매서운 수사적 태도와 그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XXX의 과격한 음향적 왜곡은 청자로 하여금 김심야라는 인물을 어떠한 충돌의 주체로 정의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김심야라는 인물의 신작을 감상하는 데 있어 과연 그가 어떻게 분노할 것인지, 어떻게 충돌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그의 날카로운 부딪힘, 그 가공할 파괴력을 기대하곤 한다. 허나 본작 <도그마>의 충돌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줘 온 그것과는 양상이 조금 상이해 보인다. 아티스트 스스로 ‘명상’에 비유하는 본작에서, 김심야는 외부와 거칠게 충돌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서로 다른 자아를 양립시키며 그 내면의 충돌을 적나라하게 전시한다. 그리고 그가 이처럼 자기 내면의 혼란까지 충돌이라는 본인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의 타고 난 예술가적 본능을 감지할수 있을 것이다.
다브다 - 온
<But, All The Shining Things Are> 이후 근 6년 만에 발표된 다브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온>에는 밴드가 자랑하는 기술적 역량과 밴드가 새로 장착한 절충적 면모가 적확히 들어차 있다. 일본 매스 록 씬의 직계라 평가할 수 있는 다브다의 시그니처 사운드와 국내 인디 록 테이스트에 어렵지 않게 들어맞을 절충적 구성은 서로 자연스럽게 맞물리고, 이를 통해 작품의 감상은 이색과 합리성을 동시에 쟁취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작품의 타이틀과 달리 매스 리듬이나 악곡 구성에 대한 기술적 완벽주의에 철저히 벗어나는 작품의 소리는, “완전히 살아낸다”는 언어에 대한 밴드의 견해와 음향적 개연성을 견지하며 작품의 설득력을 증대한다.
담예 - 가장 얇은 가죽
일상적인 언어와 재기발랄한 펑크(Funk)를 통해 지속적으로 완성도 높은 흑인음악 어프로치를 선보였던 담예의 세 번째 정규작 <가장 얇은 가죽>은 그의 커리어 내에서 가장 무겁고 침착한 톤을 택한다. Mk.gee를 비롯한 최근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트렌드를 수용한 듯한 이 변화는 그의 일상적 언어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어색함을 완화하는 작용을 하기도 하며 아티스트의 색채와 자연스럽게 융화된다. 비록 비교적 침잠한 톤의 후반부에서는 그 어색함이 간간이 드러나긴 하나, 동시대성과 작가성을 영민하게 융합한 변화의 방향성 자체는 합리적이라 평할 만하다.
Labäda Bu - Labäda Bu
프로듀서 kigrain과 모델/싱어송라이터 Pei로 구성된 혼성 듀오 Labäda Bu의 데뷔 EP <Labäda Bu>는 애시드 재즈와 시부야케이의 영향 아래 대단히 유려하고 감각적인 사운드를 선보이며 출사표를 던진다. 장르적 색채와 멤버 구성 면에서 <MINISEREIS II>의 SUMIN과 Slom을 연상시키도 하는 이 듀오는, SUMIN처럼 우아하고 도회적인 Pei의 보컬 아래 Slom처럼 정교하고 적확한 소리들을 과잉 없이 명료하게 배치하며 그들만의 매혹적인 질감을 만들어냈다. Y2K라는 넓게 범주화된 에스테틱의 향취를 포함하는 본작은, 감각을 흠모하는 애호가들 모두의 환영을 받기에 이렇다 할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Moruka - My Fingerprints
서울예대 무용과 출신의 무용수이자 Visla FM ‘마감시간’을 통해 매력적인 DJ 셋을 선보인 전자음악가 Moruka는 그 독특한 이력을 매개로 전자음악과 춤의 관계성을 새로이 정의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My Fingerprints>는 분명 댄스 음악 작품이지만, 댄스 음악을 위한 작품이라기보단 춤 그 자체를 형상화한 앨범에 가깝다. 하드 베이스와 정글, 브레이크코어 등 다양한 클럽 음악 영향 아래 있는 작품의 강렬한 동작과 이로부터 한발짝 벗어나는 동작들은 움직임이라는 질서 아래 자연스럽게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며, 이 동작성과 역동성을 통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춤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되새기게 만든다.
SUMIN - dinnermode
국내 알앤비/팝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수민의 두 번째 개인 정규작 <dinnermode>는 아티스트 개인의 장르적 변혁이나 색다른 사운드에 집중하지 않는다. SUMIN이 사실상 전곡을 셀프 프로듀싱한 본작에는 동공이 커질 만한 혁신적 사운드나 이색적인 시도가 존재하진 않으나, 작품의 철저히 절제된 프로덕션과 여전히 놀라운 보컬 퍼포먼스, 곳곳에 드러나는 음향적 센스가 마치 SUMIN이라는 아티스트의 기술적 완성을 선언하는 것처럼 들린다. <dinnermode>의 이 정돈된 도회와 군더더기 없는 한글 발화를 통해, 우리는 서울 여성의 사랑과 삶의 형상을 완벽에 가까운 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Silica Gel - Ballad of You
고철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던 <POWER ANDRE 99>에서 벗어나 첫 트랙부터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하다. 로봇을 다루더라도 손에 쥔 인간이 더 돋보이던 시절. 전설적인 트리오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MO)가 레퍼런스로 느껴지는 ‘Dr. BOB’은 기계적인 이미지를 무리해 지우지 않되, 전에 없던 경쾌함을 더했다. 새의 지저귐 같은 엔딩과 더불어, 중저음이 어울리던 보컬이 “SUPREME” 이라며 고음역을 내지르며 새로운 서사의 시작을 알린다.
작년 싱글 ‘南宮FEFERE’부터 이들은 이른바 “쇠맛” 이미지를 서서히 벗어나고자 한다고 암시했다. 생각해 보면 이 밴드는 매번 안주보다 탈피를 감행한다. 날것, 야생에 가까운 <실리카겔>, 정제되고 깔끔한 <POWER ANDRE 99>, 극과 극을 오가며 넓은 스펙트럼을 담은 <Ballad of You>에 이르기까지. 고유한 스타일에 있어선 일관됐더라도 한 번도 답습을 허한 적은 없다. 많은 것이 반복을 이룬 앨범이지만, 머물렀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아레나에서 단독 공연을 열 정도로 커진 덩치, 그 규모에 걸맞은 앨범이 나왔다. (정기엽/‘쳇바퀴를 거부한 세 번째 탈피, 실리카겔 <Ballad of You>’ 中)
올드 잉글리쉬 쉽독 - American Ping Pong
탁구를 소재로 다룬 장면들을 떠올린다. 다짜고짜 오가는 공과, 서사를 보여준 뒤의 매치는 무게감이 달라져 있다. 같은 동작에도 더 힘이 실린 것 같고, 그것을 보는 관중의 집중력도 좀 더 상승하게 된다. 이것이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의 힘이다. 외면으로는 알 수 없는 내면의 열기, 그것을 깨달았을 때 끓는 피는 무엇보다 강렬하다. 표제곡인 ‘American Ping Pong’도 같은 원류를 타고 흐른다. “눈물” 과 “위로” 에 의존해 노력했던 주인공을 우리는 알 수 있고, “이길 수 없어” 라고 체념하지만 그럼에도 승부를 띄우는 심지를 우리는 알 수 있다. 이렇게 지레 부정하곤 하지만 해내려고 노력하는 화자를 앨범은 거듭 노출한다. 단죄할 수 없는 단념이 가득하다. (정기엽/‘결핍이 다진 결의, 올드 잉글리쉬 쉽독 <American Ping Pong>’ 中)
우희준 - 선모
<미미한 천사들>의 앙투안 볼로딘이 본인의 사조 포스트엑조티시즘(post-exotisme) 텍스트 ‘나라(narrat)’를 설명하며 쓴 글을 빌려보자. “어떤 상황, 감정을 포착해서 고정해 주는, 기억과 현실 사이, 상상과 추억 사이의 흔들림을 포착해서 고정해 주는 소설적 스냅사진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무(無)를 향한 행진을 재개하기 전에 잠시 쉬어 갈 수도 있는 짧은 곡(曲)들”... 이 표현들은 물론 ‘나라’라는 텍스트를 설명하기 위한 글이지만 어쩐지 같은 표현을 <선모>에 갖다 대 보아도 그리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아니, 어쩌면 이보다 <선모>를 적확히 설명하는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희준의 처절하고 애정 어린 침묵을 담은 15개의 나라(narrat) <선모>는, 친구의 죽음을 겪은 우희준의 상황과 감정을 포착하여 고정해 주는, 그녀의 기억과 현실, 상상과 추억 사이의 흔들림을 포착하여 고정해 주는 소설적 스냅사진들이며, 사랑하는 선모가 무(無)를 향한 행진을 재개하기 전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우희준의 짧은 곡(曲)들이다. (이승원/’우희준 - <선모> : 미미한 천사와 소설적인 진실’ 中)
유라(youra) - brush (EP)
유라의 음악적 자아는 크게 두 갈래로 구분된다. 주로 데뷔 초기에 선보였던 보컬 중심의 현대적 알앤비(<GAUSSIAN> 등)가 그중 하나이며, 만동과의 협업 이후 과격성과 실험성을 더한 재즈 영향의 아트 팝(<이런 분위기는 기회다>,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등)이 그 나머지 하나다. 그리고 이 두 갈래는 감상적으로 제법 떨어져 있는 것이어서, 종종 두 명의 음악적 자아가 유라라는 한 명의 인물 안에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26년 의연히 발매된 그녀의 최근작 <brush>는 이러한 관점에서 그 두 갈래의 음악적 색채 사이의 합리적 타협안을 제시했다 평할 만하다. 이 타협안은 합리적이다 못해 제법 자연스럽기까지 하여서, 그녀의 초기 색채를 고대하는 이들부터 그녀의 독자성에 탄복하는 이들까지 그 모두를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제각각 다양한 장르적 색채를 자랑하는 이 5개의 트랙은 이후 유라가 보여줄 그 가공할 넓이와 깊이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JAEGHANG - INTONATION
키라라의 지도를 받은 신예 전자음악가 JAEGHANG의 데뷔작 <INTONATION>은 ‘억양’이라는 의미의 타이틀처럼 다양한 음률과 음향의 변칙에 집중한다. 전자음을 인간의 말소리에 빗대는 고전적 비유법에 따르면, 본작은 마치 성조와 강세가 제각각인 여러 언어의 소리를 채집하고 잘라 만든 콜라주 아트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작품이 드러내는 끊임없는 분절과 아찔한 변곡의 반복은, 과연 작가가 추구하는 구성적 집요함과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나아가 다양한 보컬 샘플과 전자음을 이어붙인 이 집요한 구성에 어딘가 토속적인 색채가 묻어난다는 점은, 본작의 이 시도가 단순 집착을 넘어 탐구의 영역에 다다랐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Chip Post Gang - 우리가우리라고부르는것들
‘Caveman noise rock band’를 자처하는 밴드 Chip Post Gang의 전작 <CAVEQUAKE>가 동굴을 총렬 삼아 소리를 안에서 밖으로 발사하는 인상이었다면, 밴드의 첫 정규작인 본작 <우리가우리라고부르는것들>은 마치 그 소리를 동굴 밖에서 직접 목격하는 감각에 가깝다. 일방향으로 돌진하던 전작의 노이즈는 본작에서 외부의 공기와 함께 대류하며, 때때로 그 스스로 공명하기도 한다. 물론 이로 말미암아 밴드의 파괴력이 약해졌다 추측한다면 곤란하다. 먼지 쌓인 상자를 열어보는 듯한 즐거움을 주는 본작은 여전히 밴드의 역동적/즉흥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며, 그 가공할 질주력에도 이들의 동작엔 이렇다 할 흔들림이 없다.
쾅 프로그램 - Burning
가사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특정한 음악적 질서에 편입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쾅 프로그램은 문서화하기 어려운 형태의 작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이런 성격의 음악을 쓴다는 행위는 쓰는 자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미련한 짓이다. 또 그런 이유에서 쾅 프로그램의 음악은 너무나 적게 알려졌고 또 너무나 적게 말해진다.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방대한 지면이 허락된 오늘날 쏟아지는 텍스트와 음률은 다양성의 반대편을 향한다. 그러니 이 음악이 성질을 막론하고 나서라도 노이즈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의성어로밖에 적당히 표현할 수 없을 듯한 <Burning> 속 소음 행렬은 대중음악의 미스터리이자 자객이다. 그들은 아름다움을 불사르러 왔다.
본래 글이 없던 것이자 규칙이 없던 것이던 소리에 어느샌가 세워진 지평선을 하나하나 태워 없앤다. 즐거움을 위한다고 말하기에 너무 불쾌하고, 괴롭힘을 가한다기에 너무 정교하고, 새로움을 향한다기에 꽤 무관심한, <Burning>은 말하기 위함이 아닌 침묵하기 위해서, 의식이 아닌 무의식을 향해서, 사유가 아닌 명상을 종용하며 존재하고 있다. 매분 매초 보편의 테제로도 안티 테제로도 기능하지 않고 저편에 서있는 듯한 앨범의 인상은 마치 우리가 음악에 대입하려는 모든 이데올로기가 결국 잿가루가 되기 전의 발버둥이라고 넌지시 일러주는 듯하다. (권도엽/’쾅 프로그램 - <Burning>’ 中)
KiiiKiii - WhyKiiiKiii
작금의 팝은 너도나도 복고에 열심이다. 진보의 가능성을 상실한 음악 예술의 생리 속에서 팝의 관건은 “어떻게 과거와 현재를 효과적으로 모방하는가”로 변모했고, 팝의 패권은 자연스레 이 흐름을 이색적으로 포착하는 자에게 수여됐다. 데뷔 때부터 이와 같은 팝의 생태를 적절히 파악하고 있었던 KiiiKiii의 제작진은 그렇기에 줄곧 과거의 특징적 요소들을 거리낌 없이 수용하여 이를 이색적인 키치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였고, 이들의 직전작 <Delulu Pack>은 그중에서도 그룹의 이러한 특징적 성질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이었다.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Delulu Pack>에서 이어지는 후속작 <WhyKiiiKiii> 역시 이들의 이러한 경향성을 견지하는 작품이며, 견해에 따라 전작보다 더욱 강인한 미적 설득력을 지닌 작품이라 칭할 만하다. 여전히 Y2K 근방의 다양한 에스테틱을 수용하는 작품은 보다 집요한 컨셉 아트 기획과 심도 높은 음악적 이해, 발전된 구성적 다양성을 통해 보다 발전적/복합적인 질감을 하나의 일관적인 감각에 집약할 수 있었다. 이처럼 현재의 예술적 흐름을 포착하는 동시대적 감각과 팝과 K팝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원론적 가치를 동시에 만족하는 본작은, 향후 모든 복고적 K팝의 레퍼런스가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